Home News 국내음악 ‘정기고’를 알면 ‘K-R&B’가 보인다 : 정기고 a.k.a ‘국민 썸남’의 정체?

[아티스트] ‘정기고’를 알면 ‘K-R&B’가 보인다 : 정기고 a.k.a ‘국민 썸남’의 정체?

아티스트 ‘정기고’의 이름을 듣는 순간, 당신의 머릿속엔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소유와 함께한 ‘썸’으로 2014년의 봄을 핑크빛으로 물들인 국민썸남? 달달한 음색의 고막남친? 모두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정기고의 기나긴 커리어와 풍성한 디스코그래피를 이러한 타이틀에 다 담아 내기에는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그는 국내 음악시장 내에서 R&B 장르 음악의 입지와 미래를 고민하는 R&B계의 ‘큰 형님’인 동시에, 수많은 음악적 시도와 확장을 통해 뮤지션으로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해온 독보적인 ‘현역’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정기고의 음악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 그 수많은 종류의 음악들을 구성해온 환경과 긴 과정들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가 ‘썸’이라는 메가 히트곡을 통해 높은 인지도를 얻기 전부터 매우 긴 시간에 걸쳐 음악을 해왔던 터라, 흔히들 그의 커리어를 1기-2기-3기로 구분 지어 말하고는 한다.

1기 :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인피닛플로우 (I.F) – Respect 4 Brotha

2002년, 정기고는 힙합 듀오 ‘인피닛 플로우’의 EP [Respect 4 Brotha]에 수록된 ‘Respect You’ 라는 트랙에 피처링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활동명은 지금의 정기고가 아닌 ‘Cubic’이었다.) 인피닛 플로우는 최근 엠넷 음악 예능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 출연하여 이 곡을 라이브로 선보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정기고는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인피닛 플로우의 라이브 너머로 들리는 AR 속 정기고의 특유의 음색을 알아채고 반가워했던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 곡의 과거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면, ‘썸’의 달달하고 잔잔한 톤과는 사뭇 다른 정기고의 현란하고 거침없는 애드립 라인이 인상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데프콘의 ‘달빛 클럽’에서도 유사한 무드가 느껴지는데, 이 시기의 정기고는 본토 R&B의 raw한 매력을 흡수하면서도 본인의 주특기이자 강점인 청량한 ‘가성’을 적재적소에 녹여내며 국내 R&B 씬에 한 획을 그어가고 있었다. (여담으로, 2015년 1월 발매된 인피닛 플로우의 재결합을 기념하는 트랙 ‘Been A Long Time’에서도 정기고와 인피닛 플로우의 거침없는 조화를 다시 만나볼 수 있다.)

에픽하이 (EPIK HIGH) – Remapping The Human Soul

2005년 활동명을 ‘정기고’로 바꾸며 보다 폭넓은 스펙트럼의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게 된다. 2000년대 힙합 음악을 즐겨 들었던 사람이라면, 아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번쯤은 정기고의 보컬을 만나봤을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까지 소소하게 화제가 되고 있는 트랙이 있다면, 에픽하이(EPIK HIGH)의 정규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에 수록된 ‘피해망상 Pt. 1 (Feat. Junggigo)’가 아닐까 싶다.

중음의 가성으로 포문을 여는 정기고의 보컬은 다소 과격하고 섬뜩한 서사를 품고 있는 곡의 분위기와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 이질감이 묘한 ‘신선함’과 ‘다채로움’으로 이어진다. 에픽하이, 드렁큰 타이거, 키네틱 플로우 등으로 대표되는 아티스트들을 통해 ‘힙합의 대중화’가 점차적으로 이루어졌던 이 시기에, 정기고 역시 다양한 힙합 아티스트들(더 콰이엇, 이루펀트 등)과의 협업을 소화하며 이러한 흐름에 어느 정도 일조한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5-6년 동안 수십 곡의 피처링에 이름을 올린 정기고는, 2008년 드디어 그의 이름을 내건 첫 싱글 앨범 ‘Byebyebye’를 발매하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정기고는 4년여의 시간에 걸쳐 5장의 싱글을 연이어 선보인다. 그 중에서도 특히 2011년 발매한 싱글 ‘BLIND’는 제 9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40의 ‘Zodiac’, 브라운아이드소울 성훈의 ‘A Song For You’ 등 당시 정기고와 함께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곡들만 봐도 상의 엄청난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정기고 (Junggigo) – BLIND

2기 :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맺어낸 결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12월을 기점으로, 당시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산하 레이블 ‘스타쉽 X’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갔던 4-5년 간을 ‘2기’로 분류한다.

당시 한솥밥을 먹었던 소유와의 콜라보 싱글 ‘썸’은 온라인 스트리밍 누적 횟수 ‘1억’ 회를 가뿐히 돌파했으며, 2014년 가온 차트 연간 디지털 부문 종합 1위 / 한국대중음악상 2관왕 / 41일 연속 음원차트 1위 등의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공감’이라는 엄청난 무기를 필두로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 트렌드를 완벽히 저격한 이 트랙은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그 당시를 추억하기 위해 대표되는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썸’의 성공과 그로 인한 아티스트 정기고의 재조명은, 단순히 ‘메이저의 힘을 등에 업은 인디(의 정의가 매우 모호해졌지만) 아티스트의 반란’ 정도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시의 가요계는 소녀시대, 2NE1 등 거물급 아이돌 그룹들의 컴백이 끊이지 않았으며 아이유, 태양, 악동뮤지션(현 AKMU) 등 음원형 아티스트들의 역대급 히트곡들이 줄지어 배출되던 시기였다.

정기고는 그들 사이에서도 빛을 잃지 않을 만한 탄탄한 커리어와, ‘썸’이라는 트랙의 매력과 신선도를 극대화했던 음악적 역량을 통해 ‘넘버 원’을 넘어 ‘온리 원’으로서 그만의 자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였다. 그는 ‘썸’ 이후 발표한 싱글 ‘너를 원해’ 발매와 함께 진행한 인터뷰에서 “독립적으로 음악을 할 때는 내 음악과 생각, 감정이 많은 분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는데, ‘썸’ 이후로는 많은 분들이 내 음악을 들어 주셔서 음악활동의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서 대중적인 성공과 인기는 안주가 아닌 성장을 위한 발판이었다.

한 뮤지션이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나면, 자연스레 그 전과 후의 음악들은 비교 선상에 놓이게 되며, 그 위로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가기 마련이다. 정기고는 그러한 갑론을박에 대해, 그저 묵묵히 말 대신 ‘음악’으로 대답했다.

정기고 (Junggigo) – ACROSS THE UNIVERSE

2017년 4월 발매된 첫 정규앨범 [ACROSS THE UNIVERSE]는 1-2기 시절 정기고의 무드를 그리워하던 팬들의 니즈를 일정 부분 충족시킴과 동시에, 구름 / 크러쉬 / 그레이 / EXO(엑소) 찬열 등 다양한 분야의 뮤지션들, 그리고 정기고의 트렌디한 감각과 연결되어 작품의 생명력을 끊임없이 확장해 나간다. 이 글을 읽고 아티스트 ‘정기고’의 음악세계가 궁금해졌다면 이 작품을 ‘입문 앨범’으로 선택하여 들어보는 것도 괜찮은 시도일 것이다.

3기 : R&B 큰 형님의 독립과 성장

그렇게 2018년 스타쉽과의 계약이 만료되고, 레이블 SEL을 설립하며 정기고는 또 한번 본인만의 경로를 개척해 나간다. 최근 박재범과 함께한 싱글 ‘EOY’에서는 레트로 시티 팝 장르의 트랙을 특유의 가창 스타일에 적절히 녹여내고, 창모 / 애쉬 아일랜드 / 그레이 와 함께한 ‘PAY DAY’에서는 펑키한 리듬 속 유연한 보컬 운용력을 보여주었다.

창모 (CHANGMO) & ASH ISLAND & 정기고 (Junggigo) – PAY DAY (Prod. by GRAY)

더불어 그동안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은 재즈 보컬리스트로의 ‘정기고 퀸텟’, ‘정기고 트리오’ 활동을 시작하며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스펙트럼을 넓혔다.

정기고 (Junggigo) – 샴푸의 요정 (Fairy of Shampoo)

2019년 12월, 팔로알토, 더 콰이엇과 함께한 인터뷰에서 정기고는 ‘능력 있는 R&B 보컬리스트들은 너무나도 많지만 대중과의 접점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하며 국내 R&B 신의 ‘큰 형님’으로서 책임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묵묵히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완성해 나가고 있는 R&B 아티스트들에게 정기고의 음악적, 대외적 행보는 큰 귀감이자 롤 모델로서 존재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최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재야의 ‘R&B 고수’들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국내 R&B 신의 본격적인 형성, 그리고 수많은 변화와 풍파를 함께 겪은 뒤 ‘올 라운더’로 우뚝 선 정기고의 음악인생이 재조명 받아야 할 시기임이 틀림없다. 누군가 한국 R&B의 미래를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정기고를 보게 하자.

*KozyPop 에디터 최우민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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