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ARTICLE Review 이번 여름도 수고했어 : Seoul Vibes, Citrus

이번 여름도 수고했어 : Seoul Vibes, Citrus

또다시 밤이 길어진다. 일찍 드리운 어둠은 우리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밝은 여름과는 사뭇 다르다. 오늘 하루 수고한 자신을 향한 동정은 유독 짙은 노을빛에 더욱 두드러진다. 빠르게 지는 해를 보며 정신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기도 한다. 뜨거운 여름에 가려져 잘은 몰랐지만, 올해도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서울 바이브에서는 위와 같이 기분 좋은 회상의 감정을 ‘Citrus’로 표현했다. 숨가쁘게 지나온 여름철의 물기가 아직 남아 있는 기분이랄까. 센치함의 계절인 가을이 찾아오기 직전, 우리에게는 여름에서 건너온 잔여감과 아련함이 아직 남아 있다. 이는 강렬하지는 않지만 코끝을 스치는 향과 비슷하다. 애니메이션 플레이리스트에도 이러한 무드가 잘 녹아 있다. 시트러스에 속하는 과일과 화분, 그리고 영화 <레옹>이 연상되는 선글라스와 인물의 구도까지. 늦여름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KozyPop – 네가 잠들기 전에 (Song By bluedsgn) 일러스트 리릭 비디오

앨범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따스한 무드를 지향한다. 초반 트랙의 경우, 모두 기타 리프를 배경으로 편안한 보컬이 그 위를 흘러간다. ‘내가 잠들기 전에’에서 느긋한 리듬으로 시작한 앨범은 ‘Smile’에서 더욱 서정적으로 변한다. 햇빛과 여름의 잔상이 남아 있는 트랙이 바로 전반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후반부에서는 뚜렷하게 기조가 달라지는 것도 이번 ‘Citrus’의 특징이다.

세 번째 트랙인 ‘모래섬’은 타미즈의 톡톡 튀는 랩과 부드러운 훅이 미묘하게 대비되는 곡이다. 여기서 리드미컬한 랩을 곁들여 초반 나른해졌던 흐름에 잠시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 후반의 나머지 두 곡들은 저물어가는 밤의 트랙이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두 여자 보컬이 선선한 바람처럼 다가온다. ‘To. Sea’는 레트로한 맛이 있고, ‘Whipping’은 소울풀한 보컬이 특징이다. 이처럼 앨범은 트랙의 무드를 통해 따스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늦여름을 비유하고 있다.

seoul vibes
Seoul Vibes, Citrus 앨범 커버

21년의 여름은 어느 때보다 숨 막히는 계절이었다는 건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기에 서늘한 바람과 맞이하는 가을의 시작이 이토록 반가운지도 모르겠다. 가을 접종을 시작으로, 우리 모두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기분 좋게 회고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그땐 그랬지”라며 코를 간지럽히는 시트러스 향처럼 말이다.

*KozyPop 매거진 에디터 최승렬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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