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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 Seoul Vibes, Nutty

여행을 시작하는 모습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만큼은 천차만별이다. 벌써부터 다음날 출근과 등교를 걱정하며 주눅이 든 사람, 조금이라도 여행지의 바이브를 더 만끽해야 한다며 사진 찍기와 맛집 찾기에 열중인 사람, 너무나 만족했다며 미련 없이 짐을 챙기는 사람 등등. 이처럼 아쉬움을 기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더 오래 놀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모두 굴뚝같다. 여행지를 나서면 바쁜 삶 속에서 다시 호흡을 맞춰야 하니까.

이번 [Seoul Vibes, Nutty]의 주 키워드는 바로 ‘아쉬움’이다.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종종 강렬한 아쉬움을 경험한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실컷 놀다가 집에 들어가야 할 때, 주말 친구들과의 짧은 만남 후, 그리고 예쁘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던 썸이 흐지부지 끝날 때 느껴지는 오묘한 감정 말이다. 이는 분명 희로애락과는 다른 느낌이다. 앨범은 이를 커피향, 그윽함을 내포한 형용사인 ‘Nutty’에 비유했다. 노을 빛깔 아트워크는 물론, 해가 지는 시간대를 묘사한 애니메이션 플레이리스트에서도 아쉬움의 색채를 찾아볼 수 있다. 밤이 되어서도 책을 읽으며 자리를 지키는 주인공의 심리 또한 이 감정에 가까울 것이다.

KozyPop – 결국엔 (Song By page !) 일러스트 리릭 비디오

뿌듯한 동시에 미련이 남는, 아쉬움의 애매모호한 속성은 앨범 전체를 아우른다. 타이틀 ‘4AM’의 경우 가볍게 들뜬 감정이 두드러진다. 누렸던 즐거움이 잔존해 있는, 아직은 기분 좋은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토이스토리’ 또한 비슷하다. 소울풀한 보컬과 힘있는 비트 속에서, 곡은 왠지 모를 쓸쓸함을 머금고 있다.

세 번째 트랙부터 본격적으로 노을 재질의 곡이 이어진다. 더불어 나머지 곡들이 모두 밴드 사운드인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결국엔‘은 아쉬움의 감정을 군더더기 없이 그려낸다. 긴 호흡의 6박자와 얇은 톤의 보컬 위에서 북받치는 마음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SUNFLOWER!’부터 앨범 초반과 완전히 대조되는 몽롱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특히 이 트랙은 고전 밴드의 아련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취향 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감정선은 ‘Silence’에서 절정에 이른다. 마치 잠들기 전 예고 없이 몰아치는 여운처럼 말이다.

Seoul Vibes, Nutty
Seoul Vibes, Nutty 기획 스케치

물론 아쉬움을 부자연스러운 감정으로 간직할 필요는 없다. 역설적으로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의 행복이 즐거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행복은 그저 공허함을 일으킬 뿐이다. 그렇기에 아쉬움에 지레 겁먹지 않는 것이 슬기로운 태도일지도 모른다. 끝은 언제나 아쉽지만 반드시 새로운 시작으로 돌아온다. 이 지점에서 아쉬움의 의미가 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는 법이니까.

*KozyPop 매거진 에디터 최승렬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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