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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만들어낸 선율 : 시간의 계단 OST

미성숙한 과거를 거쳐온 이상 누구나 하나쯤 흑역사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시간을 돌려 학창 시절을 바꿀 수 있다면?”과 같이 발칙한 상상으로 이어지곤 한다. 하물며 친구들과 웃어넘길 수 없는, 지우고 싶은 과거라면 어떨까. 울적한 학교 생활을 보낸 이들에게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여자는 남자친구와의 인연으로 엉망이 된 현재를 바꾸기 위해 14년 전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다산북스 <시간의 계단>의 스토리는 여기서 시작된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인 <시간의 계단>은 주영하 작가의 웹소설로 먼저 출간되었다. 인기에 힘입어 카카오페이지 웹툰으로도 제작됐고, 이제는 드라마 방영까지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6월, 출판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다섯 곡의 OST 발매 소식을 알렸다. 현재 공개된 ‘시간의 끝에서’와 ‘끝에, 우리’는 여자친구 은하와 에이핑크 김남주가 각각 가창을 맡았다.

시간의 계단
시간의 계단 OST 앨범 커버

‘시간의 끝에서’는 동화스러운 무드와 청량함을 머금은 미디움 템포의 곡으로, 과거로 돌아가려는 여주인공의 시점을 대변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열세 번의 계단을 올라가면’과 같이 원작 속 디테일을 찾는 재미도 있다. 더불어 은하는 많은 OST에 참여했던 이력과 특유의 음색을 바탕으로 청아함이 두드러지는 곡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었다. 발랄한 ‘시간의 끝에서’와는 반대로 김남주의 ‘끝에, 우리’는 진중한 감정을 노래한 발라드 곡이다. 데뷔 11년 차임을 증명하듯, 그녀는 능숙한 가창력으로 깔끔하게 곡의 기승전결을 표현했다.

나아가 위의 두 곡의 가사가 원작 주제에 충실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웹툰 OST가 IP 확장을 내세우며 발매됐지만, 웹툰과는 관계가 없고 사실상 아티스트와의 단순 콜라보에 가까워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의 끝에서’는 ‘시간’이라는 소재와 주인공의 시점을 명확히 가사에 담아내고 있고, ‘끝에, 우리’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각 곡이 서로 유기적으로 기획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와 같은 디테일한 장치들이 <시간의 계단> OST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나머지 OST는 니브(NIve), 정기고, 그리고 일반인 가창자의 참여로 완성될 예정이다. 이처럼 웹툰 OST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영상/게임 콘텐츠에만 OST가 붙는다는 공식을 깼다는 것만으로도 웹툰 OST는 파격적인 시도임에 틀림없다. 나아가 콘텐츠 간의 경계를 허무는 IP(지적재산권)의 확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이기도 하다.

이제 OST을 비롯한 영상, 이야기는 하나의 ‘세계관’ 아래에서 촘촘하게 묶인다. <시간의 계단>을 시발점으로 이후 많은 스토리 기반 IP, 웹소설이 음악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해본다. 미래 콘텐츠의 모습은 스토리와 음악, 비주얼 모두 아름답게 얽힌 모습일 것이다.

*KozyPop 매거진 에디터 최승렬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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