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가요계에서 취중진담의 계보는 짧지 않은 편이다. 수많은 남자들의 노래방 애창곡인 전람회의 ‘취중진담’부터 임창정의 ‘소주 한잔’, 바이브 ‘술이야’ 등등… 절절한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는 발라드에 알코올이 빠질 수 있겠는가. 종종 술 한잔에 쓰라린 과거를 털어내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가 반영된 모습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댄스 장르에서 ‘음주’ 키워드가 등장하는 건 흔치 않다. 자칫 술이 가진 퇴폐적인 이미지가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취함의 미학을 기분 좋은 바이브로 녹여내는 건 다소 까다로운 작업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13일 컴백한 유니버설코리아 소속 유하(YOUHA)의 ‘오늘 조금 취해서 그래 (Abittipsy)’는 의미심장하다. 유하는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곡을 바탕으로 ‘솔직발랄한 취중진담’의 매력을 어필한다.

“달이 나만 쳐다보고 별이 날 간지럽게 하네.”
데뷔 싱글 ‘ISLAND’을 통해 “내가 너를 지켜줄게”라는 순수하고 당찬 메시지를 건넨 유하는 이번 타이틀에서 좀 더 일상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앞서 말했듯 취중진담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20대 초반의 풋풋함을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과거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취기에 비친 비현실적인 세상을 동화적인 가사로 표현했다. 취중진담의 무겁고 진한 감성을 젊고 유쾌한 코드로 풀어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오늘 조금 취해서 그래’는 친숙한 레트로 신스팝 사운드를 기용했다. 빠른 호흡의 에너제틱한 전개와 더불어 유하의 전매특허인 청량한 음색과 후반의 고음 파트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크레딧 또한 눈에 띄는데, 유하는 이번에도 ‘ISLAND’ 때처럼 작사/작곡에 참여하여 싱어송라이터의 포지셔닝을 명확히 했다. 특히 본인의 경험을 직접 녹여냄으로써 꾸밈없고 털털한 매력의 자아를 온전히 담아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오늘 조금 취했다”는 말이 콘셉트 이상의 호소력을 갖춘 이유이다.
뮤직비디오에도 앞서 언급한 재치 있는 가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알록달록한 파티룸을 배경으로 하지만 해와 달이 냉장고에 들어 있고 집이 작아지는 등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전 싱글의 성숙한 분위기와 비교했을 때 나타나는 또다른 반전 매력이다. 한편 최근 두드러지는 ‘혼술’ 트렌드에 비추어 곡을 바라봐도 흥미롭다. 홀로 취해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흥이 났다가 시무룩해지기를 반복하는 유하의 모습은 우리와도 비슷하다. “오늘 조금 취해서” 탄생한 비화는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KozyPop 매거진 에디터 최승렬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